신륵사 여행을 하고나니 점심때가 훌쩍 지나버렸어요.
주변을 더 걷고 싶었지만 배고픈 건 정말 못 참아요.
어디가서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지난 3월 목아박물관 여행 때 소개 받은 사찰음식이 떠오릅니다.
음식점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그때 소개해 주셨던 분께 전화를 드렸더니
걸구쟁이라고 일러주십니다.
네비를 검색했더니 걸구쟁이네라고 나오네요.
네비를 찍고 가는데 네비가 어찌나 빙빙 먼길을 돌아서 알려주는지...
산을 하나 끼고 돌고 또 산 하나를 넘어가는데
삿갓봉 정상에 여주 온천이 있더군요.
아니 산꼭대기에 온천이?
차도 무지 많고 손님이 많은 것 같았어요.
배고프니 온천은 뒷전이고
네비가 가라는 대로 갔더니 산을 넘고 다시 산아래로 내려가더니
마을 끝자락에 있는 걸구쟁이네를 알려줍니다.
참 먼길 왔는데 가만 보니
아까 지나간 큰길에서 얼마 들어오지 않은 곳이네요.
네비도 믿을 게 못된다는...
꼬불꼬불 산길을 내려와서 보이는 간판을 따라 들어가니 길 안쪽에 있는 집입니다.
입구에는 사찰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적인 음식이며 마음으로 만드는 음식이라는 것.
복잡한 양념 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여백의 미를 주는 음식이라는 것.
팔팔한 이팔 청춘 아이들이 서빙하는 것으로 보아 가족이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주말이라서 아이들이 엄마를 돕는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사장님과 얘기를 좀 나누고 싶었는데 워낙 바쁘셔서 말 건네기가 미안했어요.
제가 갔던 시간이 3시쯤 되었는데 그 때도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으니
점심 때엔 줄을 섰을 것 같습니다.
메뉴는 단 하나 뿐이어서 주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요.
사람 머릿수만 세면 됩니다.
시골집 풍경의 인테리어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을 만큰 순수합니다.
여느 가정집 분위기 그대로예요.
문간에는 직접 말린 나물을 판매하고 있어요.
곤드레밥 레시피, 가지나물 레시피
꼼꼼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적어 놓았군요.
이곳에서 사용하는 소금은 천일염입니다.
역시 문간에 있어요.
나물 전시해 놓은 옆 커다란 항아리에 가득 담아 놓았습니다.
천일염은 미리 사서 간수를 충분히 빼야 쓴 맛이 없고 음식을 해도 맛있어요.
보통 3년 동안 간수 빼고 건조시킨 소금을 좋은 소금으로 여깁니다.
들어서자 마자 딱 눈에 띠는 게 이 시계였어요.
징입니다.
타악기, 농악에서 쓰이는 징 아시죠?
징으로 만든 시계
시간을 표시하는 글귀가 상당히 의미 깊은 글귀어서 눈에 쏙 들어옵니다.
끝이 있는 거로 끝이 없는 걸 살아요.
어떤 의미일까 가슴으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밋밋할 뻔한 벽에 고운 가을을 걸어 놓으셨네요.
마음으로 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사소한 인테리어에서 주인의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곳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복있는 좋은 글 같아요.
잠시 기다리니 음식 몇 가지가 나옵니다.
처음 느낌 참 좋아요.
도토리묵이 찰랑찰랑 쫄깃하고 맛있어요.
숙성된 김치를 올렸는데 간장 양념 넣을 필요 없이 간이 잘 맞아요.
묵을 쑬때 소금 간을 적절히 잘 한 것 같아요.
묵이 기본 간이 잘 배어 있어요.
전병
몇 가지 채소를 넣고 만들었는데 시골스런 맛 그대로입니다.
반죽이 좀 질었는지 찐득해요.
좀더 고슬고슬하면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저병 찍어 먹는 양념장
양념장도 평범합니다.
다시마부각인줄 알았는데 김부각입니다.
고소하고 맛있어요.
이 샐러드가 정말 최고였어요.
단맛, 신맛, 느껴질 듯 말듯하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맛
들깨를 갈아서 올려주니 고소한 맛까지.
기본을 먹고 두 번 더 리필해서 먹었어요.
여기에 들어가는 채소가 모양으로 보아서는 향이 강한 채소 같은데
전혀 강하지 않고 은은합니다.
나오면서 샐러드 소스를 물어 봤더니 직접 담근 효소로 만든다는 군요.
시중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소스 맛입니다.
먼저 나온 음식을 먹고 있으려니 한상 가득 음식이 나옵니다.
먼저 나온 것까지 반찬이 22가지나 되네요.
그렇게 많아도 비린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어요.
움직이는 것들은 없고 조용히 한 자리에서 자라는 식물로만 이루어진 음식들입니다.
사람 마음을 유하게 만들어준다죠.
밥은 곤드레 밥이에요.
곤드레를 넣고 한 것 같지는 않고 밥 따로 나물 따로 해서 뚝배기에 살짝 데운 것 같습니다.
된장국이 참 맛있었어요.
배추 넣고 끓였는데 시원한 맛이 납니다.
움직이는 것들을 넣지 않았다면 멸치 육수는 아닐테고...
반찬으로 나온 나물 몇 가지를 추가로 넣고 양념장을 넣어 비볐더니 맛있어요.
도시에서 먹는 소이 말하는 맛집 음식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맛
그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음식점이 몇 곳 있어요.
그 목록에 걸구쟁이도 추가할 겁니다.
된장국에 수제비도 들었네요.
이 맛도 괜찬군요.
된장국에서 구수한 맛이 나는 게 이 수제비 때문일 수도 있겠어요.
정말 흡족한 식사였어요.
이런 음식점은 찾는 부류가 따로 있지요.
고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먹을 것 없다 할 것이고
채식 좋아하는 분이야말로 최고의 맛집으로 인정할 것입니다.
맛있게 식사하고 나와서 식당 건물을 쳐다보니 2층 창가에 나물을 넣어 놓은 듯한 큰 봉지들이 보입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사장님께 물어 보았죠.
"2층에 나물 봉지가 많은 것 같은데 직접 말리세요?"
"예 직접 말리고 있어요."
"그럼 2증에 올라가서 사진을 좀 찍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2층은 못 올라가요. 지금 고추부각을 말리는 중이라서 가득 널어 놓았거든요."
"그럼 더 잘 됐습니다."
명함을 드리며
"제가 블로그를 하는데 이집 글을 쓰고 싶어서 그럽니다.
직접 만들어 쓴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사장님이 2층으로 안내해주셨어요.
2층 가득 고추부각을 말리고 있네요.
바닥에 따뜻하게 해 놓고 말리고 있어요.
얼마나 수고가 많겠어요.
주중의 한가한 시간도 이런 일로 일손 놓을 새가 없을 듯 합니다.
소국으로 국화차도 만들어 놓으셨고
구절초 꽃차도 만들어 두셨어요.
말린 나물이 창가의 큰 봉지속에 들어 있고
주인의 음식에 대한 철학이 보이는 듯 합니다.
편하게 하려면 모두 사서 써도 되는 것을 직접 수고하고
공들여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마음으로 만든 음식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순간입니다.
어느덧 시간은 4시가 다 되어 갑니다.
홀을 가득 메웠던 사람도 거의 빠져 나간 시간.
이 산골에 그래도 이 시간까지 사람은 계속 찾아들고 있습니다.
이유는 직접가서 음식을 먹어 보면 알게 될 겁니다.
걸구쟁이네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간매리 496-5
031-885-9875
영업시간 오전 11~ 오후 7시
시골이라서 저녁 마감시간이 참 빠릅니다.
이점 생각해서 저녁은 일찍 가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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