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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 숨쉬는 증도의 갯벌은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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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에서는 이른 아침 그물을 걷으러 앞바다로 나가는 어부가 노를 젓는 속도마저 느릿느릿 급할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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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때는 갯벌에서 뛰노는 짱뚱어와 집게다리를 높이 들고 주인 행세를 하는 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슬로시티 증도-"그 섬에 가면 느리게 걸어 보세요"


우리나라는 반도국가지만 '섬들의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에는 1만개가 넘는 섬이 있고, 필리핀에는 7,000개, 그리스에는 6,000개가 넘는 섬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3,000여 개의 섬이 있으니 숫자상으로 크게 뒤질 바 없고, 점점이 흩어진 섬들이 가진 비경은 그 나름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바삐 굴러가는 일상에 지쳐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의 깊은 안식을 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섬은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가 된다. 외진 섬은 다소 불편하고 고립감이 느껴지지만 뭍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연과 생활방식을 경험할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증도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섬 여행의 매력을 느껴 보자.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전남대학교 생태관광연구센터 062-530-4087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섬'

공정여행, 책임여행, 대안관광 등의 개념이 최근 들어 자주 회자되고 있다. 기존의 여행이 불공정하고 무책임하기라도 했다는 말일까? 소비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여행에 사람들이 지친 까닭일 테다. '옛 것'으로 회귀하고픈, '낯선 공간'으로 도피하고픈 인간의 욕구는 문명이 발달할수록 더해져 간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섬'이라는 공간이다.

3,000개가 넘는 우리나라의 섬 중에서도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신안의 증도는 예스럽고, 낯선 것을 찾는 여행자의 욕구를 가장 훌륭히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섬이라 할 만하다. '슬로시티' 운동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맥도날드의 상륙을 반대하는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됐으며, 지금은 국제적인 조직망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증도와 함께 완도군 청산면, 장흥군 유치면, 담양군 청평면, 하동군 악양면, 예산군 대흥면이 인증을 받았다. 이중에도 증도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지정된 슬로시티로서 이름처럼 '느린 마을'의 요건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네스코에서 갯벌과 독특한 생태자원을 간직한 증도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증도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점점이 흩어진 1,00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섬이라고 하지만 지난 3월 지도읍과 증도면을 잇는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자동차로 통행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지난 9월까지 이미 지난해의 2배에 달하는 60만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대중적인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허나 대다수 여행객들은 '추천명소'라고 불리는 몇몇 관광지에 눈도장을 찍고는 도시로 돌아간다. 엄밀히 말해 느릿느릿 여행할 때 더 매력적인 증도의 진면목을 절반도 느껴 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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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증도의 진면목을 경험하고 싶다면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천사의 섬'답게 증도 사람들의 마음은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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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에 위치한 염생식물원에는 뭍에서 볼 수 없는 다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독특한 생태를 간직한 증도는 체험여행, 교육여행에 최적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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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m에 달하는 짱뚱어다리에서는 썰물 때 갯벌에 서식하는 짱뚱어와 게들을 볼 수 있으며, 일몰시에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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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박물관에서는 소금의 역사부터 소금을 테마로 한 다양한 볼거리가 갖춰져 있다

염전과 갯벌' 도시인들이 열광하는 증도의 아이콘

증도가 간직한 가장 큰 매력은 염전과 갯벌로 압축된다. 단일 염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460만 평방미터의 태평염전은 1953년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의 갯벌을 막아 형성된 간척지로 연간 1만5,000톤의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증도를 찾는 이라면 빼놓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천일염은 전국 생산량의 6%에 달하고, 소금의 질은 최고로 손꼽힌다. 김장용부터 조리용까지 다양한 종류의 천일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방문객들이 소금을 직접 제작해 보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국내 최초로 개장한 태평염전 내의 갯벌 습지는 다양한 종류의 염생식물과 갯벌 생물을 구경할 수 있는 자연의 보고다. 함초, 나문재, 칠면초, 해홍나물 등은 육지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희귀식물이다. 형형색색의 염생식물과 60여 채의 소금창고가 어우러진 풍경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비경을 연출한다.

태평염전의 입구에는 소금창고를 개조한 소금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소금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역사를 소개하고 있으며, 소금에 얽힌 인간 생활사까지도 살펴볼 수 있어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태평염전은 소금을 테마로 소금레스토랑, 소금동굴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또한 증도에서만 체험이 가능한 것들이다. 올해 문을 연 소금동굴힐링센터는 호흡기질환과 피부병에 좋은 소금을 이용한 시설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등에서 이미 대중화된 시설이다.

전국 갯벌의 50%가 사라진 만큼 증도의 갯벌은 그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도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갯벌에는 만화 캐릭터처럼 생긴 짱뚱어들이 뛰놀고, 두 눈을 곧추세운 게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갯벌 위에 떠 있는 '짱뚱어다리'도 증도의 명물 중 하나다. 증도면사무소 방향에서 짱뚱어다리를 건너면 짱뚱어해수욕장, 우전해수욕장이 나타나고 이곳에서는 잿빛 갯벌이 노을에 붉게 물드는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태평염전│주소 전남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 1931번지 주변 볼거리 염전 주변에는 소금박물관, 염생식물원, 소금동굴힐링센터 등이 밀집해 있다 문의 061-275-0370
www.saltmuseum.org


'느릿느릿' 증도의 시간 만끽하기

슬로시티를 여행하려면 마음만 느긋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여행지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속도에 동화되는 적극성을 발휘해야 섬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여행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느릿한 섬의 생활에 어울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도보 여행'이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에 뒤지지 않을 증도의 도보여행 코스가 있으니 바로 '모실길'이다. 마라톤 코스에 가까운 4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모실길은 증도의 해안을 따라 테마별로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10km), 보물선 순교자 발자취길(7km), 천년의 숲길(4.6km), 갯벌공원길(10.3km), 천일염길(10.8km)까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간직한 길들을 걷는 재미가 여느 섬의 산책길과는 다르다.

700년 전의 해저유물이 1976년 발굴된 것을 기념해 지어진 해저유물기념관 '700년전의 약속'은 당시의 배 모양을 본따 언덕 위에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당시의 도자기 및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근사한 카페도 있으니 해안길을 산책하다 잠시 들러 쉬기에 좋다. 한국 최초의 여성 기독교 순교자가 나온 증도는 주민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토테미즘이 강한 일반적인 해안지방과 분위기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증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은 엘도라도리조트다. 해외의 고급 리조트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이 리조트가 증도의 명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증도가 간직한 호젓한 매력과는 다소 동떨어진 공간이다. 오히려 전통가옥의 뜨끈뜨끈한 온돌에서 휴식을 취하고, 주인집에서 차려주는 남도식 백반을 즐기는 게 어울린다.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화도에 위치한 에벤에셀민박은 최근 신축한 한옥 민박집과 지역에서도 소문난 가정식 백반으로 인기가 많다. 주인이 '직접' 논밭에서 기른 쌀과 배추, 고추와 주인이 '직접' 바다에서 잡아온 낙지, 농어 등으로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에는 따뜻한 정까지 담겨 객들의 영혼까지 배부르게 해준다. 소금의 맛이 탁월한 까닭에 사소한 밑반찬 하나까지 꿀맛이다.
에벤에셀 민박│주소 신안군 증도면 대초리 화도 1852-2 문의 061-261-5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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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증도에서는 호남 음식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낙지를 볏짚에 말아 구워낸 낙지호롱의 맛은 일품이다 2 슬로시티 여행의 진면목을 경험하고 싶다면 호화로운 리조트가 아니라 현지인들의 일상과 어울려야한다. 훈훈한 한옥집 민박에서 보내는 밤이야말로 호젓한 시간이다 3 증도는 숱한 사연을 간직한 섬이다. 700년 전 침몰했던 보물섬의 유적을 복원한'700년 전의 약속'은 새로운 증도의 명물이다


▶interview

전남대 강신겸 교수
"섬에서 걷고 배우고 나누자"

'환경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여행,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즐겁게 배우는 여행'을 지향하는 섬 여행 학교는 여행사에서, 지자체에서 추진한 것이 아니다. '섬 여행 전도사'를 자처한 전남대학교 강신겸 교수는 "현대인들이 여행을 떠날 때 동경하는 모든 것들이 전라도의 섬에 있다"며 "단순히 슬로시티로서 증도가 유명세를 타고, 방문객이 늘어나는 것으로는 여행객과 관광지 주민, 자연이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지향하는 새로운 개념의 섬 여행을 증도에 대입해보면 태평염전과 엘도라도리조트 같은 몇몇 관광 아이콘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슬로시티'의 개념과 괴리감이 있다. 섬 입구에 차를 내려놓고 두 발과 무공해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에 머무는 것이 진정한 슬로시티 여행법이다. 여기에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바다 쓰레기를 여행객들이 직접 치우고, 섬 곳곳에 자원봉사자들이 예술품을 전시하는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섬 여행 학교의 과제다.

강 교수는 "제주 올레의 사례에서 보듯 사람들은 이제 소비 지향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여행보다는 여유롭고 자연 친화적인 여행을 원한다"며 "무궁무진한 전라도 섬의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지역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며 섬 여행의 트렌드를 형성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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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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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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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퓨어아레나의 등심스테이크 비빔밥 / 한옥을 개조한 레스토랑 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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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가을이면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에는 관광객들이 붐비는 반면, 경희궁은 단풍이 절정인 이 시기에도 사색을 즐길 수 있을 만큼 한적하다. 주변에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어 연계한다면 머리와 가슴을 살찌우는 코스가 될 수 있다.

■짤막한 코스, 호젓한 산책로 만날 수 있는 곳


경희궁둘레길은 약 1km 코스로 천천히 걸어도 15~2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짧다. 코스도 숭정문 오른쪽 담장길부터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돌아 내려오면 될 정도로 단순하다. 걷는 동안 도심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코스의 중간 지점인 자정전 뒤편 언덕은 경희궁을 뒤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언덕에 서면 가까이 서울 신문로 인근의 빌딩숲에서부터 멀리 남산의 서울N타워까지 조망할 수 있다. 단풍이 소복히 쌓인 언덕 공터의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후 걷던 방향으로 내려오면 서울역사박물관 중정(中庭)과 만난다. 걷기를 이쯤에서 끝내는 게 아쉽다면 인근에 있는 성곡미술관길(신문로2가)을 걷거나 강북삼성병원 안쪽길로 진입해 교남동으로 이어지는 서울한양도성길을 걷는 방법이 있다.

■카페·맛집 모여 있는 성곡미술관길


경희궁의 왼쪽성곡미술관(02-737-7650)이 있는 성곡미술관길에는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가 오밀조밀 몰려 있다. 커피 맛이 좋기로 소문난 카페커피스트(coffeest, 02-773-5555)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찾던 이 길은 최근 맛과 분위기를 고루 갖춘 카페나 와인바, 레스토랑들이 문을 열면서 트렌드세터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광화문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퓨어아레나(PUREARENA, 02-3210-9787)는 PR컨설팅그룹 플레인에서 운영하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웹툰 '스노우캣'의 권윤주 작가가 아트디렉터로 참여해 꾸민 공간은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전시품 중에는 박지성의 축구공, 김연아의 스케이트, 장미란의 벨트도 있다. 인기 메뉴는 주방장 특제 불고기 소스를 넣은 등심스테이크비빔밥(1만6000원). 고슬고슬한 밥 위에 그릴 자국이 선명한 소등심과 아삭한 무생채, 어린잎채소들을 곁들여 낸다. "매주 수요일 스페셜 메뉴로 사시미덮밥(1만5000원)도 판매하는데 요리에 사용되는 모든 생선은 강남 유명 일식집인 다까시마의 이승익 조리장이 직접 엄선한 것"이라는 게 임성준(29) 매니저의 말이다.

성곡미술관 앞단아(丹亞, 02-738-1966)는 한옥을 개조한 퓨전 레스토랑이다. 요리작가이자 단아의 오너 셰프인 안충훈(38)씨가 만들어내는 퓨전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을 맛볼 수 있다. 나란히 있는 로스팅&핸드 드립 커피 전문점카페 크렘(cafe creme, 02-722-1080)은 2층 가정집을 카페로 개조한 곳으로 2층 창가 자리에선 단아의 기와지붕이 내려다보여 운치 있다.

■미술관·갤러리·박물관 관람은 덤


경희궁이 있는 신문로 일대에는 미술관과 갤러리, 박물관들이 모여 있다. 성곡미술관 외 대부분 무료 관람이라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높이 22m의 대형 야외 조각품인 '해머링맨(Hammer ing Man)'이 설치돼 있는 흥국생명빌딩 3층엔일주&선화갤러리(02-2002-7777)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곳은 선화문화예술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12월 30일까지 '한국 현대미술 연속기획전-황금 DNA'를 연다. 총 8회로 진행되는 이 전시회는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30~40대 작가 16명이 2명씩 짝을 이뤄 동일한 주제로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첫 전시인 '황금 DNA'는 동양화 전공 후 전통 초상화 기법과 재료를 이용해 현대적 인물화를 그리는 김정욱 작가와 서양화 전공 후 서양 고전주의 작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차용한 '화가의 옷(Costume of Painters)'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배준성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배경과 가치관 등을 비교해보는 전시"라는 게 최문정(35)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서울역사박물관(02-724-0274)에선 11월 9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정동 1900'전을 연다. 대한제국의 주요 공간이면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었던 1900년 전후 정동을 돌아보는 전시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경희궁 흥화문 부근경찰박물관(02-3150-3681)이나농업박물관(02-2080-5727)도 가볼 만하다.

글 박근희 기자 | 사진 장은주 기자 | 일러스트 손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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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최고의 활동은 등산이다. 하지만 등산에 부담을 갖는 사람도 많다. 높은 산을 오르기에 체력도 받쳐주지 않고, 산이 있는 곳까지 이동하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등산 대신 트레킹을 선호하기도 한다. 서울시내에는 다양한 걷기 코스가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길도 있고, 아름다운 단풍길을 즐길 수 있는 길도 있다. 시내에 있는 걷기 코스가 좋은 점은 퇴근 후에도 부담 없이 쉽게 들를 수 있다는 점이다.

◆ 인사동 미술거리

(경복궁역-청와대 앞길-경복궁 신무문-인사동 특화문화거리-탑골공원-종로3가역)

- 거리 약 4.5km

- 시간 약 1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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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쌈지길 입구

조선시대에 근대적 다운타운이 형성되기 시작한 곳이 인사동과 종로통이다. 인사동은 특히 조선시대의 궁궐 미술가들의 일터이자 미술전문학교라 할 수 있는 도화서가 근처에 있어 김홍도, 신윤복 등 도화서 관료나 학생들이 이 길을 들락거리면서 자연스럽게 미술 거리로 형성됐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사동이 예전에 비해 음식점, 카페가 많아져 본래 갖고 있던 정취가 많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수많은 간판에 가려 있을 뿐 여전히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인사동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인사동을 걸을 때는 조선미술학 근현대사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면면을 살피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인사동 거리를 걷노라면 다양한 풍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이곳만의 특권이다. 골목마다 기념품점이며 공예집들이 빼곡해 길을 잃고 해매도 여전히 즐거운 길이다. 도보 끝의 탑골공원에선 조용히 산책을 즐기며 도보여행에 지친 몸을 잠시 쉴 수도 있다.

동대문 서울 성곽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청계천-흥인지문-낙산성곽길-마로니에공원-4호선 혜화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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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성곽길에서는 서울 시내를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다- 거리 약 3.4km

- 시간 약 1시간30분

동대문 서울성곽길은 서울성곽길 2코스인 장충체육관에서 낙산공원까지의 코스 가운데 신당동 구간을 뺀 루트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안에는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전시관, 조선시대 유적, 동대문야구장의 추억거리가 많이 있다. 걷는데만 집작하지 말고 이런저런 볼거리를 체험해 가면서 움직일 만한 코스다.

이 루트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며, 서울 성곽 구간 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정비가 잘된 산책 코스다. 성곽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거닐다 저녁 무렵 서울의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불리는 낙산공원에 오르면 동서남북으로 시야가 탁 트여 인왕산, 남산, 도봉산 등 도심의 명산과 고층빌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성곽 안쪽 길에는 이화동 벽화마을의 길거리 갤러리를 감상할 수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혜화동으로 내려가면 마로니에공원, 대학로 등 에너지 넘치는 풍경과도 만날 수 있다. 야경을 즐기려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6시30분쯤 출발하는 게 좋다.

◆ 광개토대왕길

(아차산역-아차산 생태공원-광개토대왕길-용마산 제2헬기장-용마폭포공원-용마산역)

- 거리 약 7.9km

- 시간 약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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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생태공원에서 체험활동을 펼치는 아이들

광개토대왕길 봄·여름·가을·겨울 내내 도보 여행자들이 몰리는 곳이다. 봄에는 왕벚꽃이, 여름에는 신록 우거진 숲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코스의 대부분은 아차산 안에 있다. 아차산에는 고구려 유적이 많은데, 이 길의 이름이 '광개토대왕길'로 명명된 것도 그 때문이다. 아차산은 해발 287m로 평평한 능선을 따라 걸으면 등산과 산책의 중간쯤 되는 난이도를 체험할 수 있다.

고구려 군사 주둔지였던 보루가 복원돼 있고, 코스 시작 부분에 고구려 역사문화 홍보관과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동상 등도 있어 고구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이면 아차산 능선에서 보이는 한강 둔치의 코스모스 물결이 장관이다. 산은 낮아도 주변 일대가 평지라 정상에서 보이는 한강과 어우러진 도심의 야경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정구 기자 < bupdorijoongang.co.kr >

이정구 기자

청명한 가을 하늘을 쳐다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집 밖으로 나서게 된다. 아름다운 산과 강은 물론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서도 옛 추억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시원한 주말, 카메라 하나 챙겨들고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에 떠나기 좋은 아름다운 출사지를 추천한다.

◆ 다양한 풍경이 공존하는 월드컵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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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공원 내 억새밭 풍경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자연생태계로 복원하기 위해 조성된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공원이라는 의미로 가을이면 더욱 빛을 발하는 곳이다. 매년 10월 열리는 억새 축제 기간에는 밤 10시까지 출입이 가능해 억새밭과 어우러진 노을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평일을 이용하면 좀 더 여유로운 출사를 즐길 수 있다.

◆ 남이섬으로 떠나는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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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짚 와이어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을 맞이해 과감히 국외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면 여행지 한 곳을 추천한다. 다름 아닌 나미나라공화국으로 2만5000원을 내고 '단기여권'을 소지하면 1년 동안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나라다. 특히나 가을이면 붉은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으로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는 남이섬은 대표 출사지로 손꼽힌다.

◆ 마음에 평화를 주는 임진각 평화누리

일상의 평화로운 쉼터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드넓은 잔디 언덕을 거닐고 있노라면 10월의 향기로운 바람이 마음에 훈훈한 평화를 실어다 준다. 수상 카페 '카페안녕'과 3000여 개의 바람개비가 가을바람에 춤추고 있는 '바람의 언덕'은 사진 애호가들의 앨범 속에 한 장쯤 간직하고 싶은 풍경을 제공한다.

◆ 분당 중앙공원으로의 나들이

분당 중앙공원은 성남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원으로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공원 내 인공호수인 분당호는 경주 안압지 축조 양식을 이용해 만들었으며 두 개의 섬과 세 개의 전통 석조교량을 두어 경관 감상과 산책을 할 수 있게 설계했다. 도심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분당 중앙공원으로 출사를 떠나보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근처 율동자연 공원에서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권할 만하다.

◆ 바다에 뜬 인공 정원, 거제 외도

외도는 구조라 선착장에서 해상관광유람선을 타고 15분 정도 뱃길을 달리면 만날 수 있다. 배를 타고 떠나는 설렘이 기분을 들뜨게 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갖가지 테마의 아름다운 정원들이 마치 내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 곳이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꽃과 울창한 나무 사이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에 더없이 좋다.

◆ 추억 속에 영원히, 우음도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육지가 돼버린 우음도. 이곳을 가득 덮은 풀을 보노라면 한때 바다였다는 사실이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바람 가득한 섬 우음도는 이제 개발의 여파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사진가들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준 우음도가 서서히 그 흔적을 지워가고 있는 것이다. 올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우음도에서 한 장의 추억을 만들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 속세는 잠시 잊자, 속리산 국립공원

속리산에 들어가면 속세를 잊게 된다. 산과 산들이 겹겹이 중첩된 절경을 통해 비로소 속세의 아름다움까지 깨닫게 되는 산 또한 속리산이다. 속리산 국립공원은 봄·여름·가을·겨울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난다. 그중 가을에는 문장대·천왕봉·도명산·칠보산·군자산의 단풍이, 겨울에는 천왕봉 코스에 펼쳐진 설원이 장관을 이룬다. 숲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법주사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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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주산지 내에 있는 왕버들나무◆ 주왕산의 속삭임을 느껴보자

태백산맥의 남단에 위치한 주왕산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석병산(石屛山) 혹은 주방산(周房山)이라고도 한다. 산이 깊고 지질이 우수해 다양한 동식물이 넓게 분포돼 있다. 또 산세가 웅장하고 기암절벽과 폭포가 많아 자연경관이 빼어난데, 특히 주왕암과 별바위에 이르는 13km의 숲이 유명하다. 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풀잎소리, 바람소리, 계곡의 물소리가 방문객을 반겨준다.

◆ 노란 은행잎을 구경하는 재미, 용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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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가을 풍경

양평 용문산은 용문사로 이어지는 은행나무길이 이름나 있다. 실제로 용문사에는 수령이 1000년을 넘었다는 은행나무가 있어 볼만하다. 용문사의 일주문을 지나 용문사까지 이어지는 계곡길은 가을의 풍경을 담기에 더없이 좋다. 그리고 단풍나무, 은행나무를 비롯한 각종 수목이 우거져 있다.

◆ 사각거리는 갈대밭과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신성리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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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리 갈대밭 저녁노을

보령 오서산에서 남쪽으로 60㎞쯤 떨어진 서천군 신성리의 갈대밭은 전남 순천의 순천만과 해남의 고천암호, 경기도 안산의 시화호와 함께 전국 4대 갈대밭으로 꼽힌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주인공 이병헌과 송강호, 신하균 등 남과 북의 병사들이 대치하며 만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신성리 갈대밭이다. 그 후로도 드라마 추노·자이언트·이산 등이 이곳을 배경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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