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중앙]
개념 힙스터를 만난 에코 패션
레드 카펫에 재활용 드레스가 등장했다. 이효리는 에코 백을 들고 공효진은 옷을 리폼해 입는다. 패션계에 부는 에코 열풍은 개념 힙스터를 만나 대중의 마음까지 흔들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일 년 동안 소비되는 의류는 1조 달러, 한 명이 소비하는 의류는 55kg, 버리는 옷은 30kg이라 한다. 이렇듯 트렌드를 이끌며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는 패션업계는 환경의 적이라 할 만하다. 특히 패스트 패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의 등장은 지구 환경에 가하는 부담을 한층 무겁게 했다. 따라서 한 시즌 입고 버리는 패션 제품으로 인한 환경 오염 우려가 지적되면서 패션업계에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슬로 패션, 업사이 클링 패션, 착한 패션 등 다양하게 불리는 이름만큼이나 업그레이드된 에코 패션이 등장한 것.
업그레이드된 에코 패션
사실 에코 패션은 낯선 단어는 아니다. 다만 촌스럽고 투박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아 트렌드와 스타일에 민감한 패션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서 대중을 유혹할 만큼 패셔너블하고 유니크한 에코 아이템들을 내놓으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에코 패션의 장점은 옷에 대한 시각이 기존 패션과 달라 더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것. 에코 패션에 빠진 이들은 이런 매력을 자신만의 차별 포인트로 내세운다. 에코 패션을 지향하는 이들의 증가에는 유행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패션을 좇는 힙스터들의 영향이 컸다. 이효리는 최근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개념 있는 착한 패션을 선보였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팔찌, 신문지로 만든 클러치 백, 리폼한 베스트 등 친환경 패션 아이템으로 스타일링하고 출연한 것. 또한 공효진은 자신의 친환경 생활 실천법을 담은 에세이집 『공효진의 공책』을 통해 벼룩시장을 이용하고 헌 옷을 리폼해 입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코 패션을 사랑하는 스타들이 늘어나자 대중은 패션과 환경이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던 조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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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를 재활용한 에코파티메아리의 토트 백.2_에코파티메아리의 캐릭터인 '릴리씨'.3_소파 가죽으로 만든 에코파티메아리 파우치.
그린 카펫과 그린 런웨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 카펫은 그린 카펫으로 부를 만하다. 시상자로 나선 콜린 퍼스는 작년 '킹스 스피치'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때 입었던 톰 포드의 턱시도를 다시 입고 등장했다. 함께 레드 카펫을 밟은 그의 아내 리비아 퍼스 역시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발렌티노 레드 드레스를 착용했다. 이날 이 부부의 패션은 '그린 카펫 첼린지'의 일환.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할리우드 레드 카펫에서 친환경 스타일을 제안하자는 캠페인이다. 영화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립도 재활용 소재로 만든 랑방의 골든 라메 드레스를 입어 그녀의 오스카상보다 더욱 빛났다. 런웨이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런던 패션 위크는 2006년부터 영국패션협회(BFC)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윤리적이면서도 디자인이 훌륭한 패션으로 구성된 '에스테티카' 섹션을 선보이고 있다.
파리, 밀라노, 뉴욕과는 다른 독특한 섹션으로 런던 패션 위크만의 차별점이 되고 있다. 또한 수많은 신진 디자이너 중 크리스토퍼 레이번의 등장은 눈에 띈다. 단순 재사용을 넘어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을 제시하는 업사이클링 패션을 선보이기 때문. 그는 유럽 곳곳의 오래된 의류 창고를 뒤져 군복부터 낙하산 나일론까지 옷감 재료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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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염색과 수작업을 통해 탄생한 친환경 패션 브랜드 이새.5_크리스토퍼 레이번의 작업실.
넥스트 패션 트렌드로 에코 패션 낙점
패션업계도 다양한 에코 프렌들리 상품 및 마케팅,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활동들을 쏟아내고 있다. 에코 패션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템은 에코 백. 처음에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으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에코파티메아리는 재사용이 어려운 의류나 현수막을 활용해 개성 넘치는 가죽 신과 타폴린 가방을 만들고, 오르그닷은 페트병에서 추출한 소재를 이용해 스타일리시한 가방을 생산하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도 한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이새는 최근 '버려지는 것들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업사이클링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롤 높이는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코오롱FnC는 레코드라는 브랜드를 통해 창고에 쌓여 소각될 위기에 처한 옷들을 해체·재조립하여 새로운 옷으로 탄생시켰다. 특히 해체 작업을 지적 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에 맡겨 패션의 사회적 참여를 제대로 실천 중이다.
또한 '패션의 맥도날드'로 비난받던 패스트 패션 브랜드 H & M은 친환경 유기농 면과 마, 재생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 '컨셔스' 라인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 4월에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레드 카펫 드레스 스타일로 구성된 '익스클루시브 글래머 컬렉션'을 선보였다. 할리우드 스타 미셸 윌리엄스가 영국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 이 컬렉션의 의상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구찌도 올가을 컬렉션에서 친환경 제품 라인 'The Gucci Marola Green ballet flats'을 공개했다. 폐기 후 토양 속으로 분해되어 공해 문제가 없는 신소재로 만든 게 특징. 이처럼 패션업계에서는 명품 브랜드부터 패스트 패션 브랜드까지 넥스트 패션 트렌드로 에코 패션을 점찍고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패션계의 이런 변화의 바람으로 에코 패션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은 진정한 의미의 에코 패션보다는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현실. 다소 높은 가격, 한정적인 아이템 등 대중과 더 친밀해지기 위해 개선할 부분이 많지만, 개념 있는 힙스터들의 등장과 함께 대중에게 확산된 에코 패션 열풍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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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에서 추출한 소재로 만든 오르그닷 가방2_구찌의 친환경 제품 라인
기획_김인아(프리랜서) 사진_여성중앙
여성중앙 2012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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