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대불산업단지 조선소에서 인재(人災)로 추정되는 대형 폭발 사고가 나 2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경찰은 현장 근로자 실수로 가스가 유출됐으나, 관리·감독하는 업체의 소홀로 작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31일 오전 8시 10분쯤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단 내 선박 블록 제조 업체인 '원당중공업' 1공장 선박 블록에서 펑 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 [조선일보] 31일 오전 가스 폭발 사고로 2명이 숨진 전남 영암군 대불산단 내 원당중공업 1공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선박 내부에서 심한 가스 냄새가 났다는 부상자들 진술을 토대로 사고 원인과 현장 직원의 과실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김영근 기자

이 사고로 블록 안에서 일하던 원당중공업 협력업체인 '민주이엔지' 소속 현장 근로자 이모(여·47)씨와 불법체류 노동자 B(40·베트남)씨 등 2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김모(53)씨 등 9명이 중경상을 입고 목포와 광주 지역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은 "시신이 형태를 알아보지 못하게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블록 내부 공간에 남아 있는 용접 작업용 LP가스 일부가 용접 불꽃에 반응하면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전날 현장 근로자가 작업 후 용접용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아 가스가 블록 내부에 퍼져 있었고,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다음 날 그대로 작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현장 관리·감독도 부실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입원 치료 중인 한 근로자는 "작업 시작 전부터 심한 가스 냄새가 밖으로 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부들은 블록에 들어가기 전부터 작업 관리자에게 "가스 냄새가 난다"고 말했으나 적절한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부들은 냄새를 참고 블록 안으로 진입했고, 용접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굉음이 울렸다.

누출된 가스를 빼내는 블록 내 환풍기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인부는 "작업 시작 전에 가스를 충분히 환풍기로 배출하기만 했어도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용접 작업 후 가스 밸브 잠그기와 공기 정화, 가스 배출을 위한 환풍기 작동 등 안전 관리 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안전 규정을 위반하거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사실을 적발하면 관련자를 처벌할 방침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