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인용문

미국의 내과 의사 실레 해리스는
당뇨병 환자도 아니고 인슐린 치료를 받지도 않은 사람이 ‘인슐린 쇼크’를 겪는 현상을 발견했다. 인슐린 쇼크란 인슐린이 너무 많이 분비될 때 생기는 생리적 장애를 일컫는다.

해리스 박사는 체내에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될 경우
혈당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치명적인 생리적 장애가 발생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 문제는 인슐린이 부족할 때 생기는 당뇨병과는 다른 증상이었다. 그것은 무엇일까. 오늘날 건강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저혈당증이었다. 이 발견 역시 역사에 남을 일로서 해리스 박사는 최초로 저혈당증의 개념을 정립한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해리스 박사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1924년 [미국의학협회 저널 AMA]에 발표했다. 훗날 전문가들은 이 업적을 두고 노벨상감이라고 높이 평가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시 의학계에서 평가절하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미국 건강 부문의
베스트셀러 [슈거 블루스]를 쓴 윌리엄 더프티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해리스가 제안한 새로운 질병의 치료법은 너무나 간단하여 어느 의료인도 이 방법으로 돈을 벌수가 없었다. 따라서 의사들은 그의 발표를 무시했음은 물론 다수의 힘을 이용하여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그의 연구결과가 혹시라도 주위에 알려지면 외과의나
정신분석의, 기타 전문의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인 곤란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이 저혈당증이 의료업계의 ‘의붓자식’ 취급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인체의 당 대사를 연구해 온 미국의 리처드 헬러 박사는 저서에서 “요즘의 의료업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저혈당 증상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의료인들은 이 문제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이 문제는 결코 덮어버릴 일이 아니다. 방치하면 앞으로 점점 더 큰 문제로 불거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저혈당은 당뇨병의 병마가 반드시 거쳐가는 중간 기착지에 해당한다. 저혈당 증상을 보일 때, 어떤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당뇨병으로 발전한다.

건강한 사람도 식사를 하면 혈당치가 어느 정도는 상승한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의 경우는 정상적인 범위 이상을 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저혈당 환자나 당뇨 환자의 혈당치는 식사 후 급격히 상승한다. 약 한 시간가량 경과한 시점에서 최고 수치를 보인 혈당치는 이 후 감소하지만, 당뇨 환자는 정상 수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저혈당 환자는 계속 떨어져서 식후 세 시간이 지난 시점부터는 비정상적으로 낮게 형성된다.

저혈당증은 바로 이 단계에서 나타난다. 혈당의 양이 정상치보다 낮으면, 인체 각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문제는 비단 몸의 세포들만이 아니고 뇌세포에도 직접 영향을 미쳐, 미국 의사 가이랜드 박사가 정리한 심신상의 여러 장애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퇴하고, 기운이 없고 현기증이 나며, 이유 없는 불안과 진전 증상을 가이랜드가 직접 겪었다)를 일으킨다.

저혈당의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당 식품의 무분별한 섭취’가 그 원인이다. 성탕이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체내에서 당 성분이 빠른 속도로 흡수되어 혈액의 포도당 함량, 즉 혈당치를 급격히 끌어올린다. 왜냐하면 설탕은 간단한 형태의 당이며, 섭취되면 체내에서 순식간에 포도당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혈당치가 높아지면 당연히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여 정상수준으로 낮춘다. 이 대사과정은 인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지극히 자연스런 물리.화학 현상으로, 정상적인 경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설탕은 빠른 속도로 소화. 흡수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당 성분의 빠른 흡수는 급격한 혈당치 상승을 불러오고, 이에 당황한 인슐린은 급히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이때 너무 호들갑스럽게 혈당치를 낮추려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정상치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타난다.

혈당치가 정상 수준보다 낮아지면 곧바로 설탕식품을 또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혈당치를 빨리 회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청량음료를 한번 마시면 계속해서 또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리처드 헬러 박사는 이 현상을 당탐닉증이라 정의하고, 저혈당증의 초기단계로 규정한다.

당탐닉증에 빠지면 사태는 급속히 악화된다. 이러한 대사상의 소동이 계속되면 결국 정교하게 제어되는 인체의 ‘혈당관리시스템’에 혼선이 빚어진다. 췌장에서는 인슐린이 제때에 분비되지 않는 일이 생기고, 인슐린 분비량도 분균일해지는 문제가 나타난다. 이 결과는 혈당치가 큰 폭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지는 기현상을 연출하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인슐린이 운반해 온 포도당을 이제까지 잘 처리해 왔던 세포 쪽에도 드디어 빨간 불이 들어온다. 연속되는 혹사에 신체 세포도 그만 지쳐버린 것이다. 세포 표면에는 당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슐린 수용체가 있는데 이곳의 출입문이 닫혀버린다. 이것이 인슐린 저항이다.

인슐린저항 상태가 되면 세포의 에너지원인 혈당이 연료로 제대로 사용될 수 없음은 물론, 갈 곳을 잃은 당이 엉뚱한 곳으로 운반되어 쌓인다. 그곳은 바로
지방세포다. 이 결과는 체외로는 비만으로 나타나지만, 체내에서는 ‘비상사태’를 의미한다. 근육이나 신경조직, 장기 등 신체 각 기관들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이 고갈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설탕식품 탐닉이 저혈당을 부르고 나아가 인슐린저항을 야기하는 가장 일반적인 메커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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