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중앙]

가을, 꽃을 만지다

플로리스트는 아니지만 타고난 감각으로 일상생활에서 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전수받은 플라워 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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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태산목 리스

재료에 따라 말려서 리스를 만드는 것도 있고, 먼저 리스를 만들어 말리는 것도 있다. 침대 머리맡에 올려둔 대형 사이즈의 태산목 리스는 생잎으로 만들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말린 경우다. 잎을 말려서 사용하면 부스러지기 쉬워서 형태를 잡기 어렵기 때문. 태산목 생잎을 덩어리감 있게 여러 개 엮어서 미니 부케처럼 만든 뒤 커다란 리스 틀에 촘촘하게 꽂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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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연근 리스

연근을 얇게 썰어 소금물에 데친 뒤 채반에 펼쳐 꾸덕하게 말린 다음 몇 개씩 무리 지어 낙엽송이나 노각나무 열매를 섞어가며 리스 틀에 글루건으로 붙인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리스 컬렉션

한 포털 사이트에 '띵굴마님'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이혜선은 손으로 재주를 부리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본 이상으로 한다. 요리며 바느질이며 꽃꽂이까지. 지난달에 기자는 '밥하기 싫은 여름날 한 그릇 별미' 기사를 위해 요리 촬영을 갔다가 촬영은 제쳐두고 그녀의 살림살이 구경하는 데 넋이 빠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집 안 곳곳에 자리한 리스였다.

"결혼을 하면서 꽃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야근이 반복되는 직장 생활이 힘들어서 스트레스도 풀 겸 취미 삼아 배웠는데 살림을 하다 보니 이렇게 또 활용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리스는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재료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정해진 재료가 없으니 여러 가지 꽃이나 잎, 열매나 과일 등을 섞어 활용하기도 쉽죠.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주로 사용하지만 사실 계절 꽃을 이용하면 일 년 내내 집 안을 리스로 꾸밀 수 있어요."

그녀가 만든 리스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바로 연근 리스. 반찬거리로 사온 통연근을 보다 문득 리스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이혜선의 손끝에서 탄생되는 리스는 그 재료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창의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비단 연근뿐 아니라 말린 옥수수나 오렌지, 사과, 호두 등도 리스의 소재로 활용한다.

"처음에는 리스를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이것저것 재료들을 섞어보기 시작했죠. 그렇게 하나둘 모으다 보니 온 집 안이 리스 천지가 되었고요. 그런데 그 자체로도 괜찮은 풍경이 완성되더라고요. 그것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자연이 준 것들은 그 자체로 멋진 풍경이 되는구나!' 하고요." 그녀가 리스를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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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그녀의 집 안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리스 재료들. 그중에는 리스의 재료가 되기 위해 말리는 과정에 있는 것들도 있다.2_꽃다발이나 꽃바구니는 흔해도 리스 선물은 흔하지 않아 반응이 좋다. 지인들에게 선물하려고 준비해놓은 리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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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틀과 글루건, 가위, 말린 수국만 있으면 리스 하나가 완성된다. 지름 20cm 사이즈의 수국 리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수국은 세 송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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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리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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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처음 리스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손바닥만 한 사이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리스 틀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3층에 위치한 부자재상가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일단 리스에 필요한 재료들을 준비한 뒤 말린 수국을 자그마한 단위로 떼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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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눈대중으로 리스 틀의 중심을 잡은 뒤 1의 수국에 글루건을 발라 붙인다. 이때 바로 붙이지 말고 약간 시간을 두고 기다려 글루건이 꾸덕 해졌을 때 리스 틀에 붙인다. 또 안쪽 한 번, 바깥쪽 한 번 번갈아 가며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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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리스 틀의 빈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촘촘하게 말린 수국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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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완성된 수국 리스에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리본에 철사를 연결해 리스 틀에 고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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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내내 기분 좋은 수국 리스

"생화는 사실 며칠 못 가고 시들어버리잖아요. 볼 때는 기분 좋은데, 수명이 너무 짧아서 아쉽죠. 그래서 좋은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 꽃을 말려서 리스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특히 수국은 비싼 재료 중에 하나지만 여름 끝 무렵에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거든요." 그녀는 집 한편에 수국을 거꾸로 매달아 리스 재료를 만든다. 수국을 거꾸로 걸어서 말리면 생화와는 또 다른 멋이 느껴진다고.

그 밖에도 천일홍 같은 경우에는 꽃잎만 따로 떼어내 채반에 펼쳐 말린다. 그렇다고 해서 꽃을 말리는 데 따로 규칙은 없고 각자 취향에 맞게 말리면 된다고. 다만 여름에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으면서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말리고, 겨울에는 실내가 건조해 어디에 두어도 잘 마르는 편이다. 단, 습기가 많은 장마철은 피해서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국이나 천일홍 모두 드라이 플라워로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이 두 재료로 리스를 만드는 것도 즐거운 작업이다. 특히 초보자들은 여러 재료를 섞기보다는 단품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좋은데, 그러기에는 수국과 천일홍 만한 것이 없다. 만드는 과정 자체가 심플해서 완성하는 재미를 쉽게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리스를 선물했을 때의 반응이다.

지인들에게 축하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꽃다발 대신 직접 만든 리스를 선물하는데 크기는 작아도 투병한 비닐로 포장해 선물하면 어떤 선물보다도 기뻐한다. 빈 벽이며 현관문에 달거나 창가에 걸어두거나,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과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은 리스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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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소쿠리 센터피스

소쿠리 안에 사각 모양의 오아시스를 담고 라일락과 조를 알맞은 크기로 자른 다음, 들쑥날쑥해 보이도록 자유롭게 꽂는다. 특별한 방법은 없고 소쿠리를 앞에 두고 시계 방향으로 돌려가면서 꽂는다. 채반 위에 그 완성된 소쿠리를 올리고 청미래덩굴을 둘러 포인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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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라일락 & 하이베리콤 센터피스

왼쪽

_다 마신 음료수병을 대여섯개 모은 뒤 채반 위에 올려놓는다. 그 병에 물을 붓고 각 병마다 라일락을 적당한 크기로 자유롭게 꽂은 다음 끈으로 리본을 묶어 완성한다.오른쪽_채반 위에 오아시스를 올려둔 다음 하이베리콤을 꽃 부분만 짧게 잘라 꽂는다. 모두 크기를 일정하게 통일해서 꽂으면 키가 작은 꽃바구니가 완성된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타고난 감각

박진희는 미스지컬렉션 디자인팀의 실장이다. 매 시즌 미스지컬렉션의 패션쇼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캣워크의 액세서리와 소품들은 모두 그녀의 손에서 탄생한 것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인 디자이너 지춘희의 영향으로 시각적인 호사는 다 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만, 알고 보면 정식으로 무언가를 배운 적은 없다고.

꽃 역시 플로리스트 과정을 들은 적 없지만 간혹 지춘희의 사무실 테이블에 센스 있는 센터피스가 올라오면 영락없이 그녀의 손을 거친 것이다. "집 안에 손님을 초대하면 엄마는 가장 먼저 꽃부터 준비하셨어요.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운 것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거겠죠. 초등학생 때는 꽃을 너무 좋아해서 정물화를 그릴 때 항상 꽃을 빼놓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가끔 엄마와 꽃시장에 가기도 했던 것 같아요. 몇 년 전 어버이날에는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하다 결국 시장에 가서 꽃을 한아름 산 뒤 다발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죠." 꽃을 좋아하는 취향을 아는 남편은 프러포즈는 물론이고 프러포즈 다음 날 승낙 기념으로 꽃다발을 선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꽃을 쇼핑하는 그녀만의 룰이 재미있다.

상황에 따라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꽃을 고른다든가, 활짝 피어 있거나 봉오리 상태인 것에 포인트를 맞춰 구매하기도 하고, 또 시장에 가기 전 '어떤 꽃을 사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구매해 매번 똑같은 꽃을 사는 걸 피한다고. 그렇게 사온 꽃은 심플하고 긴 유리 화병에 손질하지 않은 채 그대로 꽂기도 하고, 누구나 주방에 하나쯤 갖고 있는 평범한 소쿠리를 꽃병 대신 활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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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열매와 라일락, 유리병과 바구니만 있으면 플라워 숍에서 제작한 꽃다발 못지않은 비주얼을 자랑하는 꽃바구니를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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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한 맛을 살린 꽃바구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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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시장에서 우선 서로 잘 어울리는 두 가지 정도 의 꽃을 고르자. 짙은 색의 열매나 크기가 큰 꽃을 메인 아이템으로 정하고, 그와 어울릴 서브 아이템을 고른다. 우선 고추열매 한 단을 유리병 높이에 맞게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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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의 고추열매를 유리병에 넣으면서 키가 크고 작은 듯이 어우러지게 꽂는다. 초보자인 경우 오아시스를 사용하는 것보다 유리병을 이용하면 다양하게 꽃을 꽂아보며 배열을 바꾸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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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라일락은 한 손에 들어오는 정도의 양만 잡은 뒤 고추열매보다 조금 더 길게 잘라 꽃병에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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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3으로 대충의 길이를 가늠한 뒤 나머지 라일락도 비슷한 크기로 잘라내 꽃병에 꽂는다.

꽃꽂이에서의 이상적인 아이템, 소쿠리

꽃꽂이 촬영을 위해 미팅하던 날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꽃으로 할까 정하기보다 우선 시장에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사실 어떤 꽃으로 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플로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에 담아두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꽃은 어떤 재료든 특별한 포장 없이도 주어진 그대로 아름답다.

따라서 여러 꽃을 섞어 화려하게 만들려는 생각은 오히려 꽃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플로리스트가 아닌 이상 전문가처럼 꽃의 조합을 생각하기 어렵다. 그럴 땐 두 가지 정도의 재료로 가짓수를 줄이고 대신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더 포커스를 맞춰보자는 이야기 끝에 문득 바구니가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왔다.

흔히 '꽃바구니' 하면 연상되는 서양식 등나무 바구니가 아닌 어느 주방에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채반이나 떡을 포장할 때 주로 사용하는 사각 소쿠리 등을 이용하면 훨씬 재미있으면서도 친근한 비주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을 추석을 맞이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이보다 더 좋은 아이템이 없을 듯 보였다.

"꽃을 잘 다루고 싶다면 자주 시장에 가보세요. 전문적으로 꽃꽂이를 배울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장 좋은 교과서는 바로 꽃 시장이 될 수 있거든요."

기획_이미정 사진_이진하

여성중앙 2012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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