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마에 매달린 풍경
↑ 종각 주위에 세워진 석불상
↑ 절집에 세워진 일본인 영가비
↑ 우리나라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 우리 전통 절집과 다른 분위기의 동국사 대웅전
↑ 어디서나 연꽃은 도도한 자태를 피어올리고
↑ 범종각
↑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동국사
↑ 대웅전과 이어진 요사채
↑ 대웅전과 요사채를 잇는 복도
↑ 대웅전 앞 불상에 내리쬐는 가을볕
↑ 대웅전 내부
↑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지우려한 흔적
-우리나라 유일의 '일본식 사찰'
군산에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적지 중 이곳만큼 색다른 느낌과 착잡한 소회를 안겨 주는 곳도 드물다. 군산시 금광동에 자리한 절집 동국사가 그곳이다. 절집이라고 하나 일주문을 지나 화려한 단청으로 만나는 우리나라 여느 절집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파른 지붕 물매와 장식 없는 처마, 창문 많은 외벽의 모습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그야말로 '왜색' 짙은 건물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일본식 사찰'로 손꼽히는 동국사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가 만들어낸 또 다른 슬픈 문양이다.
동국사는 1909년 일본인 승려 우치다(內田)에 의해 '금강선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다. 이 무렵은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에 대한 침략을 본격화 하던 시기로, 결국 1년 뒤인 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에 강제 병합되는 경술국치를 당한다.
일본불교는 1877년 부산 개항과 함께 들어오기 시작해 1904년 군산에도 포교소를 개설했다. 당시 일본불교의 진출은 순수한 포교가 목적이 아니라 조선의 정서까지 일본화하려는 일본정부의 또 다른 전략이었다. 2005년 동국사 범종 명문을 탁본해 밝혀낸 내용에 따르면 "천황의 은덕이 영원히 미치게 하니, 국가의 이익과 백성의 복락이 일본이나 한국이나 같이 굳세게 될 것이다"라고 하니, 그 당시 어떤 의도에서 절을 세웠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경술국치 이후 일제치하에서 전국에 만들어진 일본식 사찰은 500여 개에 이르렀으나 해방 이후 모두 없어지고 지금은 동국사만 남았다.
해방 후 정부에 귀속되었다가 1970년 사찰 기능을 재개하면서 이름도 '금강사'에서 '동국사'로 바꾸었다. 동국사라는 절 이름은 해동대한민국(海東大韓民國)의 준말로, 일제 강점기 때 창건된 절이지만 이제는 '우리의 절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3년 동국사 대웅전은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긴, 그래서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되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란 현판만 없다면 절집인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입구로 들어서니 대웅전과 요사채, 종각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밀조밀 가꿔진 절 마당이 일본 정원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보다 더 이국적인 느낌은 단연 대웅전이다. 정면 5칸, 측면 5칸의 정방형 단층 팔작지붕 홑처마 형식의 대웅전은 일본 에도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창건 당시 일본서 구워 온 기와를 사용했다는 지붕은 넓고 가파른 물매로 인해 일본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장식 없는 처마와 단조로운 외양 또한 우리네 절집과는 사뭇 다르다.
대웅전 내부는 우리 전통 절집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우리와 달리 정면 출입 공간 앞바닥이 시멘트로 마감되었다. 이는 선 채로 예를 올리는 일본 불교 전통에 따라 건축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웅전에 모셔진 '소조석가여래삼존상'은 몇 해 전 보물로 지정되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불상으로 원래 금산사에 있던 것으로, 조선 후기 불상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대웅전과 연결된 요사채 모습도 특이한 모습이다. 미닫이문이 다닥다닥 달린 요사채의 복도가 대웅전으로 연결되어 있다. 건축 당시에는 대웅전 바닥과 요사 선방 등에도 다다미가 깔렸었다고 하나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절 마당 한쪽에 자리한 범종각도 우리 전통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다르다. 종의 크기도 작을뿐더러 종각 지붕에 높게 매달려 있다. 종각 주변에는 여러 모양의 석불상이 자리잡고 있는데 32관세음석불상과 12지수본존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 불교와 성격이 다른 일본불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다른 볼거리
군산의 젊은 예술인과 월명동 주민들이 함께 리모델링한 '동국사 가는 길'이 또 다른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월명산 입구에서 금광초등교에 이르는 200여m 거리가 예술이 숨 쉬는 아름다운 거리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일제 식민지 시절 군산에 근대를 펼쳐낸 원도심 거리지만 갈수록 쇠락하고 폐허로 변해가던 것을 젊은 예술인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허물어지던 담장을 새로 세우고 거기에 고은의 시 10여 편을 비롯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타짜' 등 군산 원도심에서 촬영된 영화 이야기, 군산상고 야구부, 채만식의 소설 '탁류' 등을 소개하고 있다. '빨래터' 등 박수근의 그림들이 약 2.5×7m의 대형 벽화로 다시 그려졌다. 이제 '동국사 가는 길'은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군산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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