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대한 단죄는 무덤까지 이어진다.’

죽은 범죄자도 단죄하는 영국아동성범죄 단죄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가디언에 따르면 이미 작고한 지미 새빌 전 BBC 방송 진행자의 아동 성범죄 혐의에 대한 진상 조사가 본격화됐다. 영국 정치권과 수사 당국은 사회 지도층의 아동 등 약자에 대한 성범죄를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사망자의 무덤을 뒤져서라도 단죄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 크리스 그레일링 법무장관은 “새빌이 지난해 84세의 나이로 타계해 공소권 성립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철저한 수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권력을 앞세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범죄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문화 발전과 사회 봉사에 앞장섰다고 평가받았던 새빌이 아동 성폭행 범죄자였다는 의혹이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되면서 영국 사회에 큰 파장이 일었다. 새빌이 BBC의 음악 프로그램 ‘톱오브더팝스’의 DJ로 이름을 날렸던 1970년대에 어린 소녀들을 성폭행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파악된 혐의만 340건, 피해자는 60여 명에 달해 새빌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의 무덤 표지석은 파헤쳐졌고, 기사 작위 박탈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빌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되지 않았다.

게다가 BBC가 새빌의 혐의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 전·현직 BBC 간부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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