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인 당뇨병을 하나의 약제로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관리와 합병증 예방을 위해 식이·운동요법과 더불어 다양한 약제를 복용하고 있다.

이때 사용되는 제제는 메트포르민으로 대표되는 비구아니드계열 약물을 비롯해 설포닐우레아(SU), 알파-글루코시다제억제제(GI), 티아졸리딘디온(TZD), DPP-4 억제제, GLP-1 유사체, 인슐린 등.

그렇다면 이 당뇨병 치료제들 중 최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조합이 있을까?

이에 대해 당뇨병 치료 전문가 중에서도 ‘TOP’ 클래스 중 한명으로 꼽히는 랄프 디프론조 박사는 “현 시점에서는 ‘메트포르민+TZD+GLI-1 유사체’ 조합”이라고 단언했다.

이 조합이 HbA1c(당화혈색소)를 낮춤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베타세포의 기능까지 보호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설명. 그는 이 조합을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조합은 국내에서 흔히 사용되는 당뇨병 약물 사용 패턴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우선 국내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SU계열 약물과 최근 처방이 급격히 늘고 있는 DPP-4 억제제계열 약물이 제외돼 있다. 부작용으로 인해 처방이 제한된 ‘아반디아(성분명 로시글리타존)’가 포함된 TZD 약물은 국내에서 그리 처방이 많지 않다.

최근 방한한 디프론조 박사를 만나 왜 이 조합을 이상적 당뇨병 치료라고 이야기하는 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편 랄프 디프론조 박사는 한국다케다제약이 최근 주최한 ‘2012 All That Actos’ 심포지엄에 연자로서 초청받아 한국을 찾았다.

디프론조 박사는 예일의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오디L.머피 메모리얼 VA 병원(Audie L. Murphy Memorial VA Hospital) 당뇨병 내과 과장 및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500편이 넘는 논문 발표와 미국당뇨병협회 릴리 어워드( Lilly lecture award), 미당뇨병협회 밴팅 어워드(Banting lecture), EASD 클라우드 버나드 어워드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진 세계적 당뇨병 전문의 중 한명이다.

Q. 당뇨병 치료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

- 당뇨병은 원인이 매우 복잡하고 계속 악화되는 질환이므로 단순히 HbA1c(당화혈색소)를 감소시키기보다 각각의 원인을 치료해주는 약제들을 선택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처음 UKPDS(United Kingdom Prospective Diabetes Study)가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조기에 꾸준히 치료만 한다면 한 가지 단일 요법 약물만으로 당뇨병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15년간의 전향적 추적 관찰 연구 결과, HbA1c 7%대에서 치료가 시작된 환자들의 평균 HbA1c가 약 8.6%로 나타났고, 약 65%의 환자들이 경구용 혈당 치료제로 (치료에) 실패해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했다.

베타세포의 기능을 개선하고 보존하는 치료를 해야 하는데 SU나 메트포르민 두 계열 약물 모두 베타세포 기능 개선 및 보존에 효과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장기 치료 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Q. 베타세포의 기능을 개선하고 보존에 효과적인 약물은 무엇인가?

- ‘액토스(성분명 피오글리타존)’가 속한 TZD 계열 약물과 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을 들 수 있다. 대부분 의사들이 인슐린 감수성 개선제라고만 알고 있는 TZD 계열 약물만큼 베타세포기능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그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없다. TZD 약물은 베타세포의 기능을 개선하고 보존하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야 하는 베타세포의 부담을 덜어준다.

베타세포를 개선하고 보호하는 기능이 있는 또 다른 계열은 GLP-1 유사체다. 현재 미국에는 ‘exenatide BID’, ‘laraglutide’ 및 최근에 출시된 ‘exenatide once a week’가 출시돼 있다. 이 GLP-1 유사체들은 현재 처방 가능한 약물 중 베타세포 기능 개선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 DPP-4 억제제는 GLP-1 유사체와 직접 비교한 연구 결과 베타세포의 기능을 개선하고 보존하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

Q. 아반디아가 부작용 논란으로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 이후 같은 계열인 피오글리타존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각각의 약물이 가지고 있는 이점(benefit)과 위험(risk)을 균형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로시글리타존과 액토스는 같은 TZD 계열이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 관련해서는 로시글리타존은 심장마비(heart attack)나 뇌졸중 등 기타 심혈관계의 사망의 위협을 높이는 반면, 피오글리타존은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란셋(LANCET)에 발표한 PROactive 연구, 2007년 미국 FDA에 보고된 ‘primary prevention’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 등의 결과를 보더라도 피오글리타존의 ‘CV outcome’은 긍정적이었다.

Q. 같은 계열의 약물인데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유전자 차이가 있다. 로시글리타존은 LDL-C와 TG를 올리지만 피오글리타존의 경우 LDL-C에는 중립적(neutral)인 효과를 보이며 TG는 크게 감소시킨다. HDL-C는 피오글리타존이 로시글리타존 보다 약 2배 상승시킨다. 또 2006년 NEJM에 발표된 연구 결과, 피오글리타존은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증후군에 효과가 있는 반면, 로시글리타존은 다른 2개의 연구를 통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TZD 계열 약물이라 하더라도 효과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Q. 피오글리타존은 최근 방광암 유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는데?

-피오글리타존이 방광암을 유발한다고 믿지 않는다.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방광암이 발병될 확률은 피오글리타존 복용하지 않는 군이 1만명 당 7건, 피오글리타존 복용 군이 1만명 당 8건으로 1건 차이였다. 두 군 간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피오글리타존을 최대 용량(45mg)으로 2년 이상 복용한 경우에도 1만명 당 10건이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1만 명당 3건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방광암 발생 논란은) 언론에 의해 비과학적인 시각에서 부풀려진 면이 적잖다. 피오글리타존은 위험 대비 임상적 이점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이는 미국 및 유럽 식약청에서도 공식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Q. 피오글리타존이 인종에 따라 효과 등이 차이가 있는지?

-아시아인들이 피오글리타존에 더 좋은 반응이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피오글리타존에 대한 총체적으로 과학적인 데이터의 전달이 부족했던 것 같고 이런 부분을 보완한다면 처방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당뇨병 치료 시 가장 바람직한 약물 조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SU계열 약물이 효과가 별로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관련 논문을 모두 검토한 결과, SU제제 처방 시 1차적으로는 당화혈색소 수준이 떨어지지만 약 1년 이후에는 당화혈색소 레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세포 보호기능도 없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전혀 처방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SU 제제들의 처방은 감소하는 추세다.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새로운 당뇨병 환자들에게 처음부터 3제 처방을 실시하고 있는데, ‘피오글리타존+메트포르민+GLP-1 유사체’가 그것이다. 이 조합은 추가적인 혈당 강하 효과 및 체중증가와 같은 부작용 감소, 베타세포의 기능 개선 및 보호 등을 가져온다. 지난 5년간 3제 요법을 처방 받은 환자들 중 유일하게 1명만이 조절이 잘 안돼 인슐린 처방을 받고 있다. 다만 이 조합은 가격이 좀 비싸다.

미국에서도 (당뇨병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제를 사용해야 할지를 놓고 의사들 간 견해 차이가 있지만, 상당수가 초기부터 2제 3제를 사용한다. 최근 나온 신약은 주치의(Primary Care Provider)는 DPP-4 억제제를, 내분비전문의들은 GLP-1 유사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Q. ‘피오글리타존+메트포르민+GLP-1 유사체’ 조합은 가격 부담이 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쉽게 처방할 수 있는 조합은 아닌 것 같다.

비용은 약제를 처방할 때 큰 장벽이 된다. 특히 국가가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체계에서는 더욱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약제가 가장 좋은지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뇨병은 뇌졸중, 심장 마비, 실명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한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