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엘리트, 정글, 경쟁사회, 아비규환, 초절정 스트레스, 견제와 아부와 굴욕과 군림과 승리와 패배. 이런 태그를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고요 속에서의 휴가를 추천한다. 태국의 코 쿳은 가히 힐링 아일랜드라 해도 될 만큼 값지고 빛나는 휴양지다. 전형적인 메트로폴리탄 조은영 어라운드더월드 대표이자 여행작가가 얼마 전 다녀왔다.

수완나품 공항. 덜컹 소리를 내며 무거운 기체가 내려 앉았다. 잠이 덜 깨 멍한 기분으로 기내를 빠져 나오자마자 내 이름이 적혀있는 푯말을 든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 안까지 어떻게 들어왔을까? 어안이 벙벙해진 나를 그들은 VIP 라운지로 안내했다. 나는 두어 시간 후 오늘 생전 처음 가보는 '쿳(Kood)ʼ 이라는 섬에 들어가기도 되어있다. 그러니까 이들은 소네바키리(Soneva Kiri)에서 보낸 사람들, 쿳 섬에 가장 편하게 들어가는 방법이 바로 이 리조트의 전용기를 타고 가는 방법인데 전용기의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전용 라운지에서 편안하게 쉬라는 배려였다.

쿳 섬, 코 쿳 Koh Kood

'쿳ʼ은 낮은 산들과 평야,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열대 섬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이 315m이다.

섬을 유유히 휘돌아 흐르는 작은 개울과 시내들이 모여 제법 쓸만한 폭포를 이루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폭포인 남톡클롱챠오는 건기에도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폭포의 물이 세 단계로 흘러내려 맨 마지막엔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곳에서 수영하는 것을 크리스탈 빛 바다에 몸을 담그는 것만큼이나 좋아한다. 섬의 색깔은 짙은 녹색 정글, 풍경은 와일드 그 자체다. 코코넛과 고무나무 플랜테이션이 펼쳐져 있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농사와 어업에 종사한다. 2000명 남짓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작은 섬의 순수함에 매료되어 찾아오는 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덕분에 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숫자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럭셔리 리조트인 식스센스의 최상위급 포지션인 '소네바'가 '쿳ʼ 섬에 위치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소네바가 찾고 있는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 섬은 간직하고 있었다. 원래 이곳에 오려면 다소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방콕에서 동쪽 해안 지역을 따라 육로로 내려 오다보면 트랏(Trat)에 닿는다.

이곳에서부터 두 어 시간 배를 타고 코 창을 거쳐 쿳으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여정이다. 수월하지 않은 교통편 때문에 몇몇 숙박지들은 트랏이나 코 창에서 출발하는 프라이빗 보트 교통편을 숙박 패키지에 묶어 판매하고 있다. 소네바 키리의 게스트들은 이 경로마저도 생략한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부터 리조트 전용 경비행기를 타고 코쿳, 즉 쿳섬으로 바로 날아 들어온다.

유럽에서 온 일가족과 나를 태운 8인용 비행기가 하늘에 떴다. 50여 분의 비행 후 서서히 발 아래로 쿳 섬의 자태가 보인다. 드디어 미지의 아일랜드, 환상의 섬 '쿳ʼ의 품에 살포시 안긴다.Welcome to Soneva Kiri코 쿳(Koh:'코ʼ는 태국어로 섬, 코쿳은 쿳섬이란 뜻이다.)은 트랏의 해안가에서 가장 동쪽으로 떨어져있는 섬이다. 태국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고 트랏 지역에선 '코 창' 다음으로 크다.(태국의 섬 크기 순위는 푸껫-코창-코사무이-코쿳순 ) 25km 길이 12km 넓이의 산, 평야들, 작지만 숫자가 많은 개울들이 흘러내려 급기야는 폭포를 이루고 있고 해안선을 따라서 크리스탈 빛 아름다운 바다와 때묻지 않은 자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경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리조트로 진입하는 배에 올랐다. 맨발에 편안한 복장으로 마중 나온 직원들의 모습 자체가 자연이다. 도시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여행자(나)는 아직까진 이방인이다. 어색한 방문자의 모습을 빨리 털어내고 싶은 마음에 빌라에 도착하자마자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산책을 시작했다. 미스 프라이데이(Miss. Friday), 나의 담당 버틀러는 24시간 언제든지 필요하면 부르라고 하며 핸드폰을 하나 쥐어준다. 전용 버기(지붕없는 사륜차)도 빌라 앞에 주차되어 있다. 직접 운전을 해도 되지만 미스 프라이데이를 호출하면 언제나 달려와 어디든 데려다 주었다. 실제로 나의 담당 미스 프라이데이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를 돌보는 부모처럼, 고객의 행동반경을 지켜보면서 길을 잃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어디에서든지 바람처럼 나타나는 초능력을 보여주었다.

No News, No Shoes

'신발은 벗어도 좋습니다.' 처음 리조트에 도착하면 듣는 이야기. 이 리조트의 특징은 최상급의 고급스러움을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풀어놓는 그들만의 방식에 있다. 기가 죽을 정도로 화려하고 세련된 요즈음의 호텔들은 초호화 시설, 번쩍이는 대리석, 값비싼 예술품들로 한껏 치장하고 손님을 맞는다. 반면 소네바 키리는 소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미니멀하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섬의 원시 환경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소네바의 자연 친화적인 콘셉트는 많은 지각있는 여행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방문객들은 도착하자 마자 편안한 마음으로 기꺼이 맨발이 되어 모래와 바다와 자연을 나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섬의 일부가 되어간다. 도시의 호텔들, 평균 객실 사이즈가 20~40평방미터인 것에 비하면 사이즈 면에서 열 배에 이르는 힐빌라는 무려 448평방미터, 즉 330㎡(100평)가 넘는 규모다. 이 중 수영장의 크기만 43평방미터 이다. 길이 22m의 개인풀은 웬만한 중급 호텔의 메인 수영장 크기와 맞먹는데 이는 현존하는 리조트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개인수영장이다. 빌라를 자세히 둘러보다 보면 세심한 소품들에 눈길이 간다. 종이 빨대, 통나무 볼펜 등 천과 나무, 종이로 만들어진 친환경적인 소품들…전선들은 종이와 천으로 감았고 TV나 DVD 플레이어 같은 전자제품들은 침대앞 트렁크 안에 잘 숨겨져 있다. 별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모습(그러나 모든 것이 100% 자연적인 재료로 지어지고 디자인 됐다)을 하고 있는 이 시골 섬에 오고 싶어 고객들은 가히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격식이 필요 없다. 편안한 복장이면 된다. 폴로 스타일, 원피스, 싸롱 정도만 가지고 오면 된다고 권하고 싶다.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천만에!

세탁 서비스는 되지만 드라이클리닝은 해 줄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상한 리조트. 인터넷은 되지만 신문은 없는 이상한 리조트. 전기를 아낀다는 이유로 리조트 전체의 라이팅이 어두컴컴한 이 리조트가 부자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누리고 즐기고 써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럭셔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공중 위 다이닝 테이블, 플라잉 웨이터

직접 길러낸 신선한 허브와 채소, 조미료가 없는 자연의 맛, 유명한 셰프, 고급스런 서비스 등의 요소들만으로는 산해진미에 길들여진 혀와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길들여진 눈 높은 도시인들을 감동시키기엔 부족하다. 이 시골섬의 최고급 리조트에서의 다이닝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곳의 다이닝 체험은 세상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특별한 다이닝 경험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누가 이런 혁신적인 생각을 했을까? 공중에서의 식사라니. 기내식 이래 가장 높은 곳에서의 다이닝 체험이었다. 비록 5m 상공 나무 위의 원테이블 레스토랑이지만 스릴은 상당하다. 테이블은 2인용, 발 밑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믹한 전경을 즐기며 날아오는 웨이터 (flying waiter 라고 칭함)가 서비스하는 요리를 즐긴다. 이쯤에서 한 사람이 "Would you marry me?" 라고 하는 결정적인 질문을 한다면 그 누가 감히 "NO!"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리조트 밖으로 나가 호수가 맹그로브 나무들과 함께 얽혀있는 레스토랑 벤츠(Benz's)로 가보자. 몰디브의 소네바 푸시에서 유명했던 크리에이티브한 셰프 벤츠 여사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모든 음식은 직접 키우거나 코쿳과 코창에서 온 현지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매일 장을 봐서 그날 그날 만들어 내는 창의적 태국식 코스요리. 벤츠 레스토랑은 체류 중 한번은 꼭 경험해 봐야 할 곳이다. 메인 레스토랑인 다이닝룸(Dining Room)에선 건강하고 맛깔스러운 태국식, 지중해식 퀴진을 음미할 수 있다. 홈메이드 아이스크림과 소르베, 다양한 종류의 쵸콜릿을 언제나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개방된 공간, 소칠드(So Chilled)와 소 초코홀릭(So Chocoholic)은 아이들만큼 어른들도 흥분되는 곳이다. 도시와 한참 떨어져 있는 원시의 섬에서 이토록 훌륭한 퀄리티의 미식을 즐길 수 있을거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Unforgetable Memories소네바 키리는 모든 것에 있어서 '아주 특별한 경험ʼ을 제공한다. 또 하나 하이라이트로 추천하고 싶은 '시네마 파라디소ʼ다.

도착하는 날 버기를 타고 어두운 길을 가는데 엄청나게 큰 대형 스크린이 정글 속에서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별이 빛나고 벌레가 울고 연못을 둘러싼 환상적인 열대 우림속에서 문명의 최첨단 사운드와 화질로 영화를 감상하는 거다. 그 날 상영했던 영화는 <아바타>. 왠지 이 원시섬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영화였다. 식스센스 스파를 경험하는 것도 최고의 기억 중 하나다.

어린이들에게는 최고의 경험, 어른들에게는 최고의 구경거리가 될 키즈클럽, '덴(DEN)'을 탐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나무로 지어진 어린이들의 천국. 이 프로젝트를 맡았던 24H-Architecture의 보리스(Boris Zeisser)는 생소한 곳에서 생소한 재료로 집을 지어야 했기 때문에 발리와 치앙마이에서 경험있는 전문가들을 총동원해야 했다. 창조적인 이 작업을 완수한 후에 그는 '이런 프로젝트를 맡으려면 충분히 순수(?)해야 한다ʼ고 회상했다고 한다. 소네바 키리는 별을 바라볼 수 있었던 마법같은 시간, 시계가 필요 없었던 망각의 시간을 선사했다.

[글 조은영 사진 유호종, Soneva Kiri by Six Senses]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37호(12.07.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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