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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수도 '헬싱키'를 걷다!

도그데이티비 2012. 10. 22. 00:30

바야흐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그 중심에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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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비아 박물관과 팩토리숍의 안내 표지판

세계 디자인의 중심에 선 헬싱키
알바 알토, 아르네 야콥센, 베르네르 팬톤, 핀 율과 같은 기라성 같은 스칸디나비아 디자이너들의 가치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그들의 장인 정신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물려받은 후손들이 만들어내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 제품 역시 친환경, 혁신, 심플함을 내세우면서 트렌드를 선도한다. 이를 증명하듯 몇 년 전만 해도 마니아의 수집 목록이었던 스칸디나비아 가구와 북유럽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그릇, 패브릭, 라이프 스타일로 영역과 대상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역사 속 핀란드의 과거는 참혹했다. 주변 국가들의 침략에 시달리던 약소국이었다가 1917년, 러시아혁명 중에 독립을 선언하면서 스칸디나비아반도의 국가 중 가장 늦게 근대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 동토의 약소국이 다시 일어나기까지는 디자인의 힘이 컸다. 건축가 알바 알토를 비롯해서 마리메꼬, 이탈라, 아라비아, 프리스커, 노키아와 같은 브랜드는 국가 차원의 지지에 힘입어 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자국민들의 열렬한 관심과 사랑 또한 한몫했다. 2012년 '유럽 디자인 수도의 해'로 선정되면서 이를 자축하듯 시내 곳곳에 부스가 설치되었으며 디자인, 건축 박물관 주변에서 열리는 행사들이 도시를 더욱 생동감 넘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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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오멘리나섬은 헬싱키 사람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는다.
2 헬싱키의 상징과도 같은 헬싱키 대성당.
3 일본과 한국 디자이너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코먼.
4 빈티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아르텍숍.


산책하듯 돌아보는 헬싱키 디자인 스폿
핀란드의 자연을 담은 월페이퍼로 단장된 헬카 호텔. 이곳은 모든 객실이 알바 알토의 혼이 담긴 아르텍 가구들로 꾸며진 디자인 호텔이다. 오리지널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는데다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갖춘 이곳에 숙소를 정했다면 근처에 있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로 향한다. 암반을 뚫어서 만들었다는 이곳은 헬싱키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 1969년에 완성된 이 교회는 미끄러지듯 스며드는 푸근한 자연 채광과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마음에 평안을 준다.


'헬싱키의 샹젤리제'로 불리는 헬싱키의 중심, 에스플라나디 공원 주변은 핀란드 디자인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경연장과 같은 곳이다. 먼저 이탈라의 플래그십 스토어. 물의 파장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아이노 알토 볼이 있고 스트라이프의 리듬감과 화려함이 눈에 띄는 식기 그리고 아침 이슬을 뜻하는 카스테헬미 그릇의 영롱한 물방울과 같은 간결한 디자인을 즐길 수 있다. 이탈라 그룹에 합병된 아라비아의 우아하면서 심플한 식기 역시 볼 수 있다. 이탈라숍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마리메꼬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르면 핀란드는 물론 유럽을 넘어 일본과 우리나라에까지 영역을 넓힌 패브릭계의 전설, 마리메꼬의 화려한 컬러를 만날 수 있다. 에스플라나디 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아르텍(Artek)은 핀란드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쇼룸이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 알토가 1935년에 설립하여 핀란드의 주거 문화를 선도하는 토털 리빙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세컨드 핸드숍인 2nd Artek을 열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르텍의 베스트셀러 '스툴 60'과 같은 주옥같은 제품을 비교적 부담없이 만나볼 수 있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알바 알토의 생가나 스튜디오에 가면 단아하고 따스한 분위기로 꾸며진 건물 안에 펼쳐진 한 건축가의 삶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꼬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더불어 디자인과 건축에 있어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했던 대가가 이 건물을 설계한 것은 1936년. 지금의 건물, 가구, 패브릭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천재로서의 삶을 살다 간 디자이너의 철학과 재능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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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마리메꼬 플래그십 스토어의 디스플레이.
아래 아늑한 카페 로칼


▶ 헬싱키 디자인 스폿
디자인 박물관(Design Museum)
7만5000점의 오브제, 4만 점의 드로잉, 10만 이미지, 1000여 명 이상의 디자이너에 관한 자료를 만나볼 수 있는 디자인의 전당. 디자인 히스토리와 컨템퍼러리 테마로 나눈 전시가 연중 계속되므로 방문하기 전에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간다.
주소 Korkeavuorenkatu 23
문의 +358-(0)9-6220540, www.designmusuem.fi


아라비아 박물관(Arabia Museum)
로열 코펜하겐, 구스타브베리와 더불어 북유럽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아라비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전설적인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인 라이스, 블루리본, 에밀리아, 도미노와 같은 시리즈를 비롯해 역사적인 그릇을 볼 수 있어 그릇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
Tip! 헬싱키 외곽에 있어 찾아가는 데 수고는 들지만 박물관 1층에는 <카모메 식당>에도 자주 등장하던 이탈라와 세계 1위 가위 브랜드 프리스커, 로스트란드, 아라비아 등의 브랜드 아웃렛 매장이 있어 탐나는 그릇을 구입해 같은 건물에 위치한 우체국에서 배송할 수 있다.
주소 Hameentie 135
문의 +358-(0)20-4395326, www.arabia.fi


코먼(Common)
2007년 6월 헬싱키에 처음 문을 열었다. 노르딕 스타일에 반한 일본인 오너가 일본 전역에서 생산되는 장인 정신이 깃든 핸드메이드 아이템만을 엄선하여 판매한다. 하카산&마사히로 모리 도자기와 가방을 비롯해 생활에서 쓰이는 에지 있는 아이템은 헬싱키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주소 Laivurinrinne 1
문의 +358-(0)9-670385


로칼(Lokal)
포토그래퍼로 명성을 날리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귀여운 딸이 함께 운영한다. 문을 연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일본 <엘르>, <피가로> 매거진 등에 벌써 이름을 올릴 정도로 핫한 곳이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아라비아의 디자이너가 꾸며준 작은 카페 공간과 핸드메이드 목제 가구들이 들어선 갤러리가 한곳에 있는 아담한 공간.
주소 Annankatu 19
문의 +358-(0)40-5915453, www.lokalhelsinki.com


나파 갤러리(Napa Galery)
핀란드의 젊은 아티스트와 큐레이터 그룹 10인이 모여 운영하는 갤러리 & 숍. 매달 바뀌는 컨템퍼러리한 일러스트, 페인팅, 사진, 그래피티 전시를 열고 독립 출판물과 핀란드 디자이너들의 신발 등을 함께 구입할 수 있어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법 입소문이 난 곳이다.
주소 Eerikinkatu 18
문의 +358-(0)50-5186616, napagalleria.wordpress.com


데모(Demo)
핀란드 전체에서 유일하게 미슐랭 2스타를 거머쥔 고급 레스토랑으로 2003년 문을 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요리를 선보이는 미국인 셰프 토미 투오미넨과 아티스틱한 디저트로 오감을 즐겁게 하는 파티셰 티무 오라가 공동 운영한다. 코스 요리로 즐길 수 있는데 5코스 요리는 79유로. 일요일은 셰프가 원하는 요리를 내놓는다.
주소 Uudenmaankatu 9
문의 +358-(0)9-228900840, www.restaurantdemo.fi


알토 카페(Aalto Café)
라우타타로가 1955년 알바 알토에게 설계를 의뢰해서 Keskuskatu 거리에 설계한 건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건축가 알토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카페이다. 1980년 중반 주변에 많은 카페가 생기면서 경영난을 겪게 된 이곳을 스토크만 백화점이 인수하였고 사라질 뻔한 이 건물의 가구를 모두 사들인 스토크만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알토 재단에서는 알토 카페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곳의 모든 의자는 아르네 야콥센의 앤티크 체어로 인테리어 중 일부가 되었다.
주소 Centralgatan 1
문의 +358-(0)9-68771723, www.cafeaalto.fi


글 & 사진: 정기범(여행 칼럼니스트)
에디터: 송정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