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코스모스 길 거닐다 사르르 녹는 한우 한입 먹어볼까
깊어가는 가을…강원도 횡성은 축제마당
전국 어딜 가나 가을이다. 차를 달려 강원도 횡성에 접어들자 맨 먼저 반기는 것이 코스모스다. 길섶마다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가을 향기를 전해준다. 횡성군 우천면 오원리의 42번 국도 인근 코스모스공원에선 지난 4일부터 우천코스모스축제가 한창이다.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 인근에 있는 이 코스모스공원은 공터와 유휴지를 활용해 조성한 3만3000㎡의 코스모스 꽃밭이 탄성을 자아낸다. 흰색·빨강·분홍·보라 등 갖가지 색깔의 코스모스가 가녀리고도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횡성의 새 아이콘, 코스모스
횡성의 고민은 한우 외엔 딱히 내세울 만한 관광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횡성군이 생각해낸 게 코스모스다. 지난해부터 코스모스 꽃길과 꽃밭을 조성하기 시작해 올해는 걷기코스 6개 24㎞, 하이킹코스 3개 32㎞, 드라이빙코스 4개 140㎞를 조성했다.
아름다운 코스모스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8만6000㎡는 코스모스 사업의 백미다. 포토존에는 원두막, 그늘집, 허수아비, 바람개비 등 동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소품을 지역마다 특색 있게 설치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가을 향기 속으로'를 주제로 한 우천코스모스 축제 현장에는 농특산물 판매장과 먹거리장터도 열려 가을의 풍성함을 더한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코스모스 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꽃으로 보인다. 우천코스모스축제는 오는 14일까지 열리지만 꽃은 날씨에 따라 이달 하순까지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호수길 그리고 숲길
횡성이 자랑하는 또 다른 명소는 걷기 코스다. 고장마다 걷기 코스 없는 곳이 없지만 횡성은 특별하다. 그 첫 번째가 지난해 가을 조성한 횡성호수길이다. 횡성호수길은 남한강의 지류인 섬강의 물줄기를 막아 횡성댐을 만들면서 생긴 횡성호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길이다. 총 길이 27㎞의 횡성호수길은 총 6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가장 짧은 3구간(치유길)은 1.5㎞로 1시간 정도 걸리고, 가장 긴 4구간(사색길)과 6구간(회상길)은 7㎞로 2시간30분가량 걸린다.
6개 구간 중 호수를 가장 가까이서 보며 걸을 수 있는 5구간(가족길)을 걷기로 했다. 5구간은 가장 평탄한 길이어서 누구나 걷기에 무리가 없다. 댐 조성으로 수몰된 동네들의 사진과 유물 등을 전시해놓은 '망향의 동산'을 출발해 호수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라 인기가 높다. 5구간 4.5㎞ 가운데 2.8㎞는 호수를 왼쪽에 끼고 걷는 평지다. 물가에 핀 야생화를 감상하며 걷노라니 선계(仙界)가 여긴가 싶다. 평지길이 끝나자 길은 산으로 접어든다. 이제 막 낙엽 색깔로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이 가을을 실감케 한다. 길옆 밤나무와 상수리나무들이 떨궈놓은 밤이며 도토리도 반갑다.
이번엔 숲길로 발길을 돌린다. 횡성의 동쪽 끝에 있는 청태산자연휴양림과 그 북쪽의 숲체원은 숲길을 걷기에 좋은 곳이다. 녹색문화재단이 설립한 숲체원과 산림청이 운영하는 청태산자연휴양림에는 목재데크길이 조성돼 있어 노약자나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다. 청태산(1200m)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관동지방으로 가는 길에 아름다운 산세에 반하고 큰 바위에 놀라 청태산(靑泰山)이라는 이름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잣나무숲에 만든 800m의 데크길 외에 6개의 등산로와 숲속의집, 산림문화휴양관, 숲속수련장 등을 갖추고 있어 편리하다.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은 고장
횡성군 안흥면 안흥리의 구진목장. 해발 600~800m의 산속에 목장이 있어 사육환경은 청정 그 자체다. 해질 무렵 목장에 도착하니 막 저녁식사를 마친 소들이 한가롭게 산책을 나왔다. 축사 밖으로 나온 소들이 산비탈을 따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다른 나라 풍경 같다.
이처럼 횡성에서 사육되는 소(횡성한우)는 5만여두. 횡성군 인구가 4만4300여명이니 사람보다 소가 많다는 게 허언이 아니다.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2300여가구에 이르고 50두 이상 기르는 기업형 한우농가도 700가구쯤 된다고 고석용 횡성군수는 설명한다.
17~21일 횡성읍 섬강둔치 일원에서 열리는 제8회 횡성한우축제(hshanu.or.kr)는 횡성군과 횡성축협이 품질을 보증하는 횡성한우를 싸게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축제 기간 중 축협 3개소와 농협 1개소가 운영하는 횡성한우고기 전시판매점에서 한우를 싸게 살 수 있다. 여기서 산 한우를 직접 구워먹을 수 있는 '횡성한우 셀프점'에서는 1인당 상차림비 5000원을 내면 상추, 쌈장, 된장국, 공기밥, 횡성더덕까지 준비해준다. 횡성한우 한 마리를 모두 맛볼 수 있도록 부위별, 음식별 식당도 운영된다. 횡성한우 무료 시식코너도 하루 두 차례 열린다. 거리 퍼레이드와 축하 공연, 외양간과 소 밭갈이, 방목장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횡성한우 테마목장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축제장에선 횡성군 특산물도 두루 살 수 있다. 횡성군청 문화체육과 (033)340-2546
횡성=서화동 기자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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